아이폰 영어 단어 학습, 이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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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영어 단어 학습, 이것이 아쉽다. 2009-10-13
NAME / ID | 류화정
COMMENT | 영어강사 경력 15년. 직장인 영어회화 강의를 시작으로 중.고등 영어프로그램 개발, 특목고 입시 전담 강의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진행. 저서로는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회화구문 140” “이런 동작 저런 행동 영어로 어떻게 하지?”-능률영어사- 가 있다. 스마트폰 및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한 영어 학습 방법에 관심이 많다.

영어를 배울 때, 우리는 종종 영어의 4가지 영역에 대해서 말하곤 한다. 즉, 듣기(Listen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말하기(Speaking)… 각 영역의 실력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이 네 가지 영역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어휘력이다. 난 학생들에게 “단어보기를 돈 보듯 하라!”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단어는 (1) 꼭 필요한 것이며, (2) 많을수록 좋고, (3)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

그렇다 보니 단어 학습에 대한 욕구는 언제가 강했으며, 그 방법 또한 다양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나의 삼촌은 그 옛날 이미 암기한 단어의 페이지를 하나 하나 찢어가며 사전을 통째로 외웠다고 한다. 정말 무식한 방법이다. 요즘은 일명 ‘깜박이’라는 것이 나와서 조그만 단말기 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단어가 자동으로 외워진다고 하니 다들 솔깃해 하는 것 같다.

앱스토어에도 다양한 단어 학습 프로그램이 나와 있어서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1) 이지보카 시리즈

p112 p28

‘이지보카’는 수능, 토플, 토익 등 영어시험 단어들을 암기할 수 있게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깜박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학습자는 단어와 뜻, 그리고 그에 맞는 사진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5개씩 단어를 묶어 ‘주의집중단계’→’학습단계’→’연상단계’→반복단계’→’테스트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전체 단어를 다시 한 번 학습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연상’과 ‘반복’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연상단계’이다. 연상이라고 해서 나는 사진을 보면서 단어뜻을 익히는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단어의 발음과 유사한 우리말과 단어 뜻을 결합하여 익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favorite(가장 좋아하는)이란 단어의 연상 문장으로 “친구를 패버릴 정도로 그는 귤을 좋아한다.”라는 문장이 주어진다.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 프로그램의 단점은 모든 시리즈가 똑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사진과 재미있는 연상문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어 학습이 지루하고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2) 말하는 단어장 TOEFL

p39 p45

TOEFL 핵심 단어 500개를 집중 학습하게 되어 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화면에 영어단어가 나오고, 그 아래에 단어의 품사, 영영 정의, 우리말 뜻이 차례로 나온다. 단어학습을 위해서는 품사 아래에 나오는 내용들을 가릴 수 있다. 기능은 아주 간단하다. 이 프로그램의 좋은 점은 모르는 단어와 외운 단어를 분리해서 저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확실하게 외운 단어 수를 늘려감으로써 학습자로 하여금 성취감을 맛 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SAT, GRE 등의 시리즈가 있다.

(3) 5가지 학습법으로 마스터하는 핵심 어휘

p71 p82

앱스토어에서 가장 비싼 프로그램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컨텐츠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단어 설명을 위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다. 강의를 하는 선생님이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면서 그 뜻을 쉽게 풀어 나가시는데, 단어의 내공이 확실한 포스가 느껴졌다.

배운 단어를 확인학습 할 수 있는 문제와 문제풀이 동영상이 제공되며, 확실히 아는 단어와 모르는 단어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마지막으로 배운 단어를 활용한 ‘행맨(Hang Man)’ 게임이 제공된다. Game 이라고 써 있어서 기대를 하고 클릭했는데,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주 썼던, 행맨 게임이어서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옛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마음은 따뜻해 지는 것 같았다.

(4) PencilBot 시리즈

p55 p63

기존의 단어학습과는 접근 방식이 아주 다른 프로그램이다. 제일 먼저 vocabulary 목록을 보면서, 도대체 단어 선정의 기준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약 30개 정도의 단어를 학습하는 것이 전부인데, 단어의 난이도도 chimpanzee와 discover가 함께 나오는 것으로 봐서 일정하지 않아 보였다. 나의 이 궁금증의 해답은 비디오 동영상을 보면서 해결되었다. 리스트에 있는 단어들은 바로 이 동영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에서 뽑은 것이다. 각 단어에는 플래시 카드가 제공되며, 그 단어와 약간의 연관성이 있는 퀴즈들이 제공된다. 내가 ‘약간’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제공되는 activity나 story가 목표 단어들의 학습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엉뚱해서 정이 가는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다양한 단어 학습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기술의 발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글을 끝맺기 전에 다음 한가지는 꼭 강조하고 싶다.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깊게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Recognize를 ‘인지하다’로만 외우고 있기 때문에, “난 네가 머리 자른 것을 몰랐어.”라는 말을 할 때 recognize란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학생들, promise만 ‘약속’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나 오늘 약속 있어.”라고 할 때 “I have a promise.”라고 쓰는 학생들, 그 약속이 그 약속이 아닌데… break를 ‘~을 깨다’라는 뜻으로만 알고 있어서, “Do you want a break?(너 잠시 쉬고 싶니)”의 뜻을 “너 한 번 깨져볼래?”라고 답한 내 귀여운 제자… ‘school=학교’라고 알고 있기에 “a school of fish(물고기떼)”를 ‘물고기 학교’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내 학생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휘를 문맥 속에서 예제와 함께 배우고 ‘영어를 영어로’ 느끼는 것이다.
영어-영어로 구성된 사전 및 어휘 리스트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어휘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다.
영단어와 한글을 매칭시키는 방법으로 어휘를 암기하는 방식은 위와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영어 실력 향상에 목마른 모두가 어휘의 깊은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좀 더 흥미로운 어휘 학습 프로그램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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