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많이 쉬었다. 개인적으로 참 여러 가지 일도 많이 있었고, 다사다난한 여름을 보내느라 제대로 집중하여 칼럼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서야 쓰는 아이폰4 예약구입기다.
8월 18일 새벽 5시. 아직 하늘은 어두웠으리라 추정되던 시간이었다. 홍대 인근에서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는 일행과 함께 조용히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처로 이동하여 아이폰4 예약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하던 일행 한 명도 아이폰4 예약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조용히… 그 때를 기다리며, 드라마 ‘자이언트’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 시간은 밝아왔다. 아이폰 관련 커뮤니티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미 주소를 체크하여 F5(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다는 사람들이 이미 넷상에 바글바글했다.
폰스토어 페이지가 접속이 안되고 있었지만, 아마도 아이폰 페이지 접근을 위해 일시적으로 서버를 닫아둔 것이라 생각했다. 애플 온라인 스토어처럼 뭔가 공사중 메시지라도 센스있게 띄워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런 것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단지… 6시… 6시에만 오픈되면 된다는 생각에 그런 것들은 잊어버릴 수 있었다.
반드시 1차로 통과하여, 기필코!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Yeah~) 아이폰4을 만져보고 싶었다. 더 이상 아이폰도 없이 회사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갖고 쓰는 아이폰 칼럼 대신, 새 아이폰에 대한 칼럼을 쓰고 싶었다(아, 핑계다).
어쨌거나 슬슬 자이언트(마침, 황정음의 키스신이 나오기 직전이었으려나?)를 마무리짓고 나도 폰스토어 F5 행렬에 동참했다. 아마도 KT에선 수많은 좀비PC들이 KT서버를 망가뜨리기 위해 공격하는 것처럼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얼리어답터들에겐 누구보다도 먼저 산에 오르고 싶은 개척자의 행렬과도 같았으리라. 그렇게 나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Flickr에서 가져온 Reynolds.james.e님의 사진입니다. CC에 따라 원작자 표기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7시까지 서버는 작동하지 않았고, KT폰스토어에 접속하지 못한 나는 마침 프리스비에서 예약접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프리스비를 믿고 예약을 걸어둔 다음,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고 난 뒤, 회사의 동료로부터 5차에 등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후까지 해피콜이 오지 않은 나는 조금 불안해진 마음으로 퇴근을 했다.

아… 트위터는 이미 뜨거웠다. 프리스비에서 받은 예약은 다 무효고, 결국 프리스비도 고객 개인 정보를 대신 입력해주는 오퍼레이터 역할밖에 수행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허망해졌다. 이미, 예약차수는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가있는 상황에서 프리스비에서 받았던 예약이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이었단 얘기를 듣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도 되었다는 말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스비는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KT의 정책상 다른 대리점과의 형평성 때문에 결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제 KT에서의 발표가 나왔다. 20여만 대의 물량을 다들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KT가 준비한 물량이 넉넉했었나보다. 9월중에 1차 예약분의 배송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난 다음주 토요일이면 받을 수 있는 19차 예약자이다. 한 일주일 정도의 차이다. 그러나, 프리스비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모르겠지만,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신용이라는 것. 성공이란 이름 뒤에 의외로 쉽게 묻히기 쉽다. KT는 서버에는 절대 이상이 없을거라 장담했고, 프리스비는 예약 판매를 쉽게 생각했다. 20만 대가 팔리는 와중에 KT의 서버가 먹통이 되었고, 프리스비는 엉터리 온라인 예약 판매를 하였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쉽게 잊혀질 수 있다. 게다가 프리스비의 각 매장의 직원들은 온라인 예약 판매건에 대하여는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그 기억은 나의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 난 아직 예약 확인 전화조차 아직도 받지 못했고, 결국 KT에 직접 예약해야만 했다.
지금껏 한 이야기들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뉴스도 많이 나왔고, 몇몇 아이폰 동호회만 가더라도 꽤나 많이 나온 이야기인데다가 철도 지난 이야기라 좀 망설였지만, IT제품과 같이 얼리어답터가 적극적인 쪽의 예약판매 중 많은 수가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이 항상 안타깝고 화가 난다. 시행착오라고 하기엔 너무도 뻔히 보이는 일을 ‘그럴 줄 몰랐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하는 건 책임있는 기업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작 몇 시간, 고작 며칠 늦게 예약하고 늦게 받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에겐 그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부디 구매자의, 사용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헤아릴 수 있는 기업들이 되길 바란다.
추가… 그리고 지난 주에 애플에서 새로운 아이팟 터치를 내놓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페이스타임용 전면 카메라, HD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후면 카메라 등 아이폰과의 차이점을 상당 부분 줄인 새로운 디바이스다. 물론 후면카메라의 해상도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정도면 아이패드WIFI버전과 아이패드3G버전과의 차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큰 차이가 아니란 말이다.
초기의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과는 꽤 격차가 있는 물건이었는데, 자이로센서와 고해상도 카메라, GPS 등의 차이를 제외한다면 제법 쓸만한 물건이 되었다(에그와 Skype를 함께 사용한다면 꽤 강력한 조합이 될 듯 하지만, 예전에 그런 식으로 사용해본 적이 있었는데, 차량 이동중에 끊김이 너무 심해 그렇게 사용하기는 좀 무리가 있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화기라는 게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임을 감안할 때, iOS를 사용하기 가장 적절한 디바이스는 사실 아이팟터치다. 이젠 기능도 큰 차이가 없으니, 많이 사용할 법도 하다. 사실, 구글과의 완벽한 조합이라는 측면, 아이패드와의 테더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안드로이드 휴대폰이 그다지 나쁘지도 않다. 지도 정보야 어차피 안드로이드용 앱으로도 많이 나와있으니 특별히 아이폰의 매리트도 없다. 그렇다면, 굳이 아이폰을 쓸 이유도 없어진다. 아이팟 터치가 충분히 그 역할을 대신해 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굳이 터치를 갖고다니면 가지고 다니는 디바이스가 아이팟터치, 안드로이드폰, 아이패드… 그냥,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어진다. 게다가 왼쪽 주머니엔 터치, 오른쪽 주머니엔 폰, 뒷주머니엔 지갑, 가방엔 아이패드… 이거 실제로 보면 완전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디바이스가 많아지면, 오히려 디바이스들은 제 구실을 못하는 법이다. 완벽하게 데이터가 서로 호환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아이팟터치는 그래서 아웃 오브 안중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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